1.
단상
내 자신은 나만을 사랑하고,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들에게만 사랑을 베풀지는 않았는지,
영락없이 포장된 가식의 자아를 내어보인 채,
소외되고,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아무도 시선을 주지 않는 이들에게
손을 내밀지도 못하고
게다가,
그들이 내미는 손조차도 보지 못한 건 아니었는지.
그리고,
그 사람은 아직도 나를 보고 있을는지
나는 요즘 그것들에 대해서만 관심이 있습니다.
내가 찾고자 했던 "여유"는
진정한 여유가 아니며
여유의 진정성은 진정성을 찾는 행동부터가 모순입니다.
무심코
노랫말, 아련하고도 가슴을 애태웠던 곡조의 노랫말을 음미하며 나는
저물어가는 또 하루를 보고만 있습니다.
보이지도 않던 태양은 금세 저 쪽으로 자취를 감추었을 테고,
사람들은 모두들 어디론가 뿔뿔이 흩어져 버리고
나 역시도 어쩔 때는 잡동사니 같은 소중한 문서들을 정리하며
이윽고 잠이 들어버렸습니다.
시시콜콜하고 시커먼 이야기들에 아직도 별 수 없이
익숙하고 익숙해져야 할 현실이 적잖이 아쉽습니다.
하지만,
어깨를 다시 한 번 들썩이며
또 한 번 가지런한 이빨을 내 보이며
즐겁게 숟가락을 부대낄 날을 기다려 봅니다.
미래는 그렇게 내 마음 속에 있으니
오늘도 힘을 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또 만날 그 날까지 안녕히!
2.
청소
무료한 것이 과연 저 먼지들을 부러워할 양일까. 나는 오늘도 한 움큼 자리를 잡은 희여멀건한 먼지들을 보면서 나의 공기를 두어 번 힘차게 장전해 봅니다.
이윽고 뒤통수를 얻어맞은 공기는 먼지들을 때리고 발가벗기기 시작하죠.
먼지들은 고역이었습니다.
삼삼오오 어울리는 귀중한 시간에 하필, 공기의 방해라니요. 이건
조용히 책을 읽고 있던 먼지들,
나무 아래서 산책하고 있는 먼지들처럼
아무런 귀책이 없는 이들에게는 여간 배고픔의 추억과도 비견되지 못할 것이었습니다.
이윽고 송기작용을 마친 먼지들은 다시 그 자리에 가만히 머물러 있죠. 원래는 풀밭 위에 가만히 누워 있고 싶었
데.
내 몸은 아예 형체 없는 것이라,
내 몸은 사실 내 몸이 아니고,
내 몸은 내 몸은 말할 가치조차 없으며,
내 몸은 심지어 나조차도 감당할 수 없는 것이라서요.
오늘은,
퀘퀘한 이곳에 있어야겠어요.
내일 누군가의 송기작용을 기대하면서,
꼭 풀밭 위에 내 몸 아닌 내 몸이 조용히 잠을 청할 수 있기를.
3.
에드바르드 뭉크 『생명의 춤(Dance of Life)』, 1899~1900, 캔버스에 유채, 가로 1,255mm 세로 1,905mm, 오슬로(구 크리스티아니아) 국립 박물관, 노르웨이
그대, 삶을 기피하지는 마오.
그대, 인생을 다시 한 번 돌아보기 바라마지 않소.
아침을 위해 일하는 당신의 발 밑 개미 일꾼 한 마리를 보고
또 작은 이슬 맺힌 풀잎 그의 노랫소리를 듣고
먼 곳 하늘 십자수들의 속삭임을 듣는 것
어찌 감사하지 않을 수 있는지요,
나, 당신, 우리에게.
4.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아니 그때 조금 부지런하거나 조금 덜 바쁘지 않았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