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06

로그 2011. 4. 6. 23:54
1.

내가 본격적으로 이곳을 항해지, 혹은 내가 반드시 개척하고 도움 주어야 할 어떤 불모지의 개념으로 생각한 건 지금으로부터 약 2년전의 일이다. 물론, 고등학교 때나 혹은 더 이전의 때에도 언어영역 문제집을 턱을 괸 채 줄기차게 풀어나가면서, 간헐적으로 혹은 찔끔찔끔 생각해 보기는 했지만, 그 때의 생각은 그야말로 아주 단순하고도 희미한 구름이나 솜사탕 같은 것이었다.

그러고 보면, 불모지는 확연하게 맞는 것 같다. 그것은 도로 위의 잡동사니들이 어떤 법칙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에 기인한 것이다. 말하자면, 일정하게 정리되고 있는 법칙인데, 잡동사니들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어떤 보이지 않는 손과 같은 역할을 감당하고 싶은 아니 감당해야만 하는 마치 사역인 양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 알랭로브그리예의 질투를 다섯번 째 읽었다. 한 편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일기에 가까워 보였다. 굳이 노출될 필요도 없을만큼 개인적 느낌이 아주 충만한 글이었다. 또한 작가는 무궁무진한 정보와 지식을 흡수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다소 진부하고도 전근대적인 교훈을 자의반 타의반으로 체득하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무궁무진한 정보와 지식을 습득해야 함은 굳이 작가에게만 적용되는 암묵적인 의무는 아니다. 학부 때 허클베리 핀의 모험을 읽으며 내내 지루함과 따분함, 그리고 이를 초월하는 절망감까지 느낀 나로서는 이것이 작가에게뿐 아니라 독자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니, 선택과 집중이라는 단어도 중요하지만, 편식보다는 닥치는대로 먹어보는 것이 좋다는 게 내 생각이다. 경험은 많이 할 수록 좋다는 것인데, 적어도 20대의 경우는 완벽하게 그렇다고 확언할 수 있다. 20대에 선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부딪히고 닥치는 것이 더 바람직한 것 같다. 적어도 20대의 끝자락을 바라보고 있는 나에게는 특히 그러하다.

2.

어쨌든 알랭로브그리예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느낀 것은, 상당히 엉뚱하고 뜬금없는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은 시원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일이 있으면 기뻐하고 즐거워하면 되고, 좋지 않은 일이 있을 때는 슬퍼하거나 낙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인간이므로, 다양한 감정을 제어하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지만, 그래도 인생은 시원함 속에 답이 있다는 것. 먼지는 아무리 턴다 한들 또 나오는 것이고, 힘들어하거나 괴로워 할 필요도 없다는 것. 그저 하루하루 감나무 밑에서 감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지만 않으면 된다. 즉, 최소한의 자신의 업무와 책임만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감당하면 되는 것. 그리고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면 그만이다. 그런 점에서 예전 삼성전자 애니콜의 광고문구였던 talk play love는 상당한 충격과 감동이었다.


The ordinary day, 나는 보통사람, 그리고 내가 살아가는 날은 보통날.
Posted by j.s.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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