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405

로그 2011. 4. 5. 23:08
#1

예전보다는, 음 그러니까 한 일년 전쯤보다는 내 감성이 많이 예리해졌다. 예리해졌다니 안 그래도 답답한 성격에 그나마 위안이 되는 단어라고 해야할까. 그러나 본래 감성이라 함은 뭉툭하면서도 우직하고 순박하면서도 포근해야 함을 생각해 본다면, 작금의 느낌과 생각이 마냥 바람직하지만은 않은 현상인 것 같아 자못 반성을 하게 된다. 숙고처럼 보이는 허상적인 반성의 결론이라 함은,
수 개월간 쥐며느리같이 돌돌 말린 내 몸 하나도 가누지 못해 통 하지 않았던 공부를 하는데서 나오는 어떤 가역적인 에너지 때문에 비롯되었다는 것인데, 이 에너지의 요소는 역설적이게도 과거를 돌이켜보고자 하는 강력한 비가역적인 소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5

금리와 주가와의 관계를 제법 심도있게 공부해 보다가 책을 덮었다. 내가 추구하는 아날로그적 감성에 비추어 보았을 때, 금리나 주가는 본래 아날로그적인 형태를 분명하게 띠고 있음에도 나에게는 분명히 "상극의 의미"로 새겨진다. 감성적인 측면에서는 금리도 오르고, 주가도 오르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책에서는 그렇지 않음과 현실에서는 또 그렇고 그렇지 않음이 복잡하게 얽혀진 제반 실타래가 "상극의 의미"로 다가오는 또 다른 원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7

그래도 실로 한 일년 반만에 모처럼 눈물을 흘려보았던 것과 더불어, 한동안 꺼내들지 않았던 시집 한 권을 머리맡에서 읽는 즐거움이란 마치 이발소에서 귀밑머리를 다듬을 때 느끼는 느낌이랄까. 야릇하면서도 짜릿하여, 내 자신이 가히 어떻게 될는지도 모르겠을 법한 그런 느낌말이다. 왜, 이발소에서 귀밑머리를 다듬을 때 나는 그런 느낌을 받는 것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가을편지"는 내가 읽어본 시 중에 가장 참신하고 새로우면서도 다정한 시다.

그것을 정확히 세 번 읽고는 오늘도 시침이 담 넘어가는 것을 구경하기로 했다. 그리고 더욱, 이전보다 더욱 참신하고 정직하기로 했다. 부끄러워 할 부끄러움을 부끄럽게 여기지 않는 동시에 나 자신에게 그에 합당한 보상을 내린다.그건 참신한 나만의 무기로 삼는 법을 연구해 보는 일인데, 어쩌면 진정한 샐리던트는 바로 이런 일과 같이 생산적인 업무가 부여되었을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과 함께 말이다. 

가장 좋아하는 구절 한 부분만을 짧게 가지고 와 본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가을이다. 적어도 가을은 내일까지는 지속될 것 같은 느낌이다.

다음 주말이 연휴라 west virginia에 여행 가려고 해. 존 덴버가 'almost heaven'이라고 노래한 곳. 그 노래 알지? "almost heaven/west virginia/take me home/to the place/I belong/west virginia/mountain mama-" 갔다 와서 정말 천상의 아름다움이 그곳에 있는지 말해 줄게.
벌써, 가을이 깊어!
안녕, 인생을 즐겨! 

정끝별(1964~) "가을편지" 중에서, 삼천갑자 복사빛 76p
Posted by j.s.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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