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022
#1
가장 기대를 했던 파카 수필공모전에 낙선했다. 여행이라는 주제에 대한 수필을 공모하는 대회였다. 나는 준비 기간 내내 비교적 내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였다고 생각했는데, 예상치 못한 결과에 적잖이 실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가장 기대를 한 것이 오히려 화근이었던 것 같다. 머나먼 타지에 가 있는 동안에도 나는 마음이 온통 거기에 가 있었는데 입선자를 합해 수십 명의 명단에는 내 이름이 없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는 아직 수필이라는 문학의 한 갈래인, 분명한 범주 안에 놓인 그것의 특징을 이해조차 하지 못한 것이 분명했다. 마치, 수필이 신변잡기적인 기록이거나 고고한 척 하려는 일기인양, 확실히 다른 범주의 것들과 무언가 다를 수 있는 수필만의 특색을 찾지도 못했고, 더욱이 글 솜씨도 없었던 것 같다.
#2
나는 작년부터 비교적 꾸준히 글을 쓰고는 있다. 교과서를 읽다가 틈틈이 생각나는 것이 있으며 마치 메모광인 양, 휘갈겨 놓고는 일과 후 잠자리에 들기 전에 으레 글을 써 보는 것이다. 그렇게 차곡차곡 모아둔 글들이 이제는 팔 한 아름에 넘칠만한 양이 되었다. 양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나에게 글쓰기는 이러한 양이 보여주듯, 이제는 내가 끊을 수 없는 무엇이 되어 버렸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없듯이, 나에게 글쓰기는 이제 뗄 수 없게 되어 버린 것 같다. 사실 내가 여느 작가지망생들과 같이 기나긴 어둠 속 개탁의 과정을 거친 것도 아니고 훌륭한 조탁의 솜씨를 보여줄 만큼의 실력이 있는 것도 아니며, 작가가 되어야겠다는 절실함이 있는 것도 아닌데, 글쓰기는 매우 이상하리만치 끊기 힘들다. 어쨌든 나는 그러한 글들을 그저 습작이라는 동굴 아래 처박아두고 있지는 않다. 그러니까 여러 공모전에 습작들을 조금씩 출품하고 있다. 그러니까 틈틈이 생각나는 것들을 시나 수필(에세이), 소설 등의 형식을 빌려 기록하고 그 중에서 괜찮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두 세 작품씩 응모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 작품을 출품한 뒤 결과를 따로 정리하여 모아 두었는데 이름하여 "The Chronicles of etude"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습작의 연대기쯤으로 해석하면 좋을 것 같다.
#3
어쨌든, 내 습작의 연대기에는 또 다른 낙선의 이름이 새겨지게 되었다. 낙선의 이름은 이제 스무 개를 향해 힘차게 달려 나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연대기의 전부를 차지하는 "낙선"이라는 낙인은 가끔은 나로 하여금 포기하게 만드는 것 같기도 하다.
20101116#4
그런데,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나는 부산의 국립대학 중 하나인 부경대학이 주관하는 문예공모전에서도 낙선하였다. 시를 네 편 써서 응모하였고 미천한 솜씨기는 했지만 내심 기대를 하고는 있었다. 그 기대란 수상이 아닌 최종심에 올라 심사평을 듣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심사평은 예년에 비해 상당히 졸작들이 많아~ 로 시작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심사위원은 심사평을 통해 졸작들 속에서 수상작을 찾기가 상당히 어려웠음을 토로하는 것처럼 보였고, 씁쓸했다. 아니, 글을 잘 쓴다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인가. 내 글은 과연 어떤 점에서 문제가 있는 것인가. 알고 싶었다. 진솔함을 넘어서 신랄한 비평을 듣고 싶었다. 그래야만 내가 지금의 나를 넘어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5
한 달 동안 글 쓰는 것을 게을리하다못해, 거의 손에 놓다시피했다. 지금도 그러고 있다.
#6
결론을 낼 여력도 없다. 아니, 결론을 내고 싶지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