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처럼 불가피하게 무언가에 매여 있는 사람이라면 반가워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날, 비교적 마음이 후련해지는 그런 날, 하루 종일 비가 쏟아질 듯하다가도 감질나는 것처럼 이내는 쏟아지지 않았던 날.
색에는 3원이라는 것이 있다. 또한 빛도 마찬가지고. 그렇다면 소리의 3원이라든가, 그에 필적할 만한(견줄만한) 근원은 과연 존재하고 있을까 싶다. 이를테면 세 가지 빛이 모이면 누구도 침범하지 못할 것만 같은 깊고 험한 영역이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세 가지 소리가 합법적이고도 비교적 합리적으로 모인다면 과연 어떤 영역이 존재할까. 그리고 그 영역은 어떤 색깔을 띨까. 이 세상에 무수하게 많이 존재하고 있는 소리, 그리고 소리와 소리가 소통(communicate)되고 있는 숨가쁜 양태란 사실 생각- 그것이 매우 논리적이어서 어떠한 답변을 도출하기까지 꽤 그럴듯한 과정을 거치든가, 아니면 반대로 매우 감성적이어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듯한 약하고 약한 마음을 은근슬쩍 건드려 곤두서게 만든다근가 하는 것을 생각지 않더라도 - 같은 것을 하고 있다가는 머리가 터져버릴 지경에 이를지도 모르겠다. 그야말로 시간 낭비일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언가 결과를 얻더라도 별 소용이 없는 것. 그것은 미세하지 않고 굉장히 조악할지라도 복잡할 구성을 띠고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험난한 것이 사람 공부라는 결론을 얻게 됨과 동시에 나는 소리의 근원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스스로의 물음에 대해 분명한 답변을 생각해 냈다. 그것 역시 사람, 내가 공부하여야만 하는 사람 그리고 인간이라는 미지 아닌 미지의 영역.
두 가지 이상의 감정이 합쳐지는 영역도 바로 인간, 그리고 그 인간이라는 영역은 또 다른 인간이라는 영역이 침범하기도 하고, 또 존중하기도 한다. 그러나 확실히 전술한 색의 3원이라든가, 빛의 3원과는 차원이 다른 그야말로 복잡다단한 영역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이라고 하는 독자적이고도 독창적이며 배타적인 영역 조차 자신의 영역을 판단하고 구별하기란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