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거짓말과 싱글소년
반듯한 것은 어쩌면 새로운 고민이다
혼돈과 공허함이 공존하는 작은
어느 한밤중에 맞닥뜨린 빗장 같은 허상을 보고도 외마디 소리를 지르지 않는 이 반듯함
하늘을 가리는 인사를 건네고, 입술을 바짝 조이는 이 정직함
낡아버린 영단어는 나에게 오늘도 말을 걸어 온다
하우 아 유
나는 이분법 같은 정적을 참아냈다
파인 땡스 앤드 유 그리고 다시금 이어나가는 오늘의 반듯함
비록 나는 잘 지내지 못했지만 어떤 날의 다짐을 지켜냈다
아다지오(Adagio)같은 건 잘도 遊泳하는데 나의 반듯함은 어디를 가도 찬밥이다
여기 하품을 하는 또 다른 단어도 있다
힘없는 낱말은 조각이 되고 조각은 땅볼이 되어 흩어져 버렸다
먼지 같은 추억은 다시금 힘차게 달려보지만 결국 너의 이름 푹신한 그 곳은 밟지도 못했다
우리가 이렇게 해체되었다면 나는 까맣고 불그스름한 옷을 입고 앉아 있으련다 망치로 네 이름을 부수어 뜨리려 세 번 정도 쳐 보련다 동시에 햇빛을 흘리며 이렇게 아로새긴 멍울을 떨구어 보련다
왜 반듯한 것은 한없이 지연되는가
#2 어느 여름
달빛과 내가 정확하게 직선을 형성하는 그 곳에 꼭 당신 같은 풀 한 포기가 있어요 가만 내버려두면 어느 순간 그렇게 어떤 날의 추억으로 고개 숙이는 풀, 결국 한없이 내버려두어도 그렇게 계속 달빛을 향할 거라는 걸 잘 알아요
#3 정신없이
이곳까지 달려왔는데, 얻어낸 것은 언제 끝나지도 못할 타락과 방종이다 이 종말적인 상황은 긴긴 새벽잠을 이겨낸 나에게도 진배없다
#4 몇 시간동안
진부할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너를 기다리는 마음은 어느 꽃집에서부터 100미터 떨어진 말쑥한 구두의 마음이다 나는 너에게 향하는 가로 240밀리미터에 세로 200밀리미터의 작지만 강력한 스탠다드 그것 하나만 있으면 된다 늙어버린 충동을 버리고, 나는 그 기준을 통과하기만 하면 된다 이십 시까지 도착하는 걸음 걸음을 기억하고 있어야 한다
#5 책상 위의 숨결
내가 앉아 있는 이곳 책상에도 가녀린 숨결이 얇게 깔려 있어, 누구의 간섭이나 개입을 인도주의적으로도 허용할 마음이 없다 숨결은 무릇 시간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나는 하루 이틀 이곳에 앉아 있는 기분이 좋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