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

로그 2010. 10. 18. 00:24

#13

이제 잠을 청해야겠다. 나의 일과는 조금 별나서 대개 아침에 일어나서 시작되는 여느 사람들과의 일과와는 달리, 자정을 기점으로 시작된다. 그러니까 책을 읽거나 오늘처럼 일기를 길게 쓰거나, 잠이 오지 않으면 책이나 종이꾸러미를 천천히 그러나 별 실속없이 넘기다가, 한 두 시쯤 되면 잠을 자서 오전에 일어나 다시 일과를 진행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나의 일과에는 잠이라는 비교적 긴 시간이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그것도 노골적으로 중간에. 정리하면 나의 일과는 잠을 자고 일어나는 것이 기점이 아니라, 자정이라는 인위적인 시간이 기점인 것이다.

#14

잠을 자고 난 이후에 또 지겹도록, 그렇지만 결코 헛되지 않게 보내는 것이 나의 일과다.

Posted by j.s.CH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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