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간의 군 시절 동안 무언가 유익했다고 느껴질 만한 것은, 비록 굉장히 무모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괴상한 과업일 수도 있지만, 서울대학교에서 권장한 100권(실질적인 것이 아니라, 명목적으로 100개의 책을 의미하는 것임)의 책을 여유롭게 읽어 본 것이다. 실은 학부 시절 양서를 읽어보지 못한 것이 가장 큰 후회로 남았으며, 더욱이 후회를 최소화하자는 신념 또한 와르르 무너진 것과 진배없을 정도로 그에 대한 기회비용은 매우 막대한 것이었지만, 군 생활 동안 그 기회비용은 보기 좋게 상쇄된 셈이다. 상쇄된 기회비용은 물론 또 다른 기회비용을 야기하였지만, 나는 전자의 기회비용을 상쇄한 것만으로도 상당한 보람을 느끼기 때문에 다른 기회비용은 기회비용으로 여기지도 않고 있다.
생각나는 것을 조금씩 끄적이며, 기록 아닌 기록 등을 일삼아 온 내가 이에 대한 서평을 매우 저급한 필력으로나마 적어 놓은 것은 상당히 다행스런 일이다. 그것 덕분에 가끔 혼탁해져, 앞이 보이지도 않는데도 불구하고 정수에 잠길 수 있으며, 이미 떨어져 버린 낙엽을 흩뿌려도 보면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가늠해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서평을 좀 더 다듬어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것은 나의 오랜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