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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30

j.s.CHANG 2011. 3. 31. 00:42
봄기운은 변덕스럽게도 완연함과 모호함을 동시에 흩뿌리는 것 같다.

어쩌면, "와이키키"란 네 음절의 단어를
입주름이 아프도록 연발하며,
그동안 죽어있었던 내 어떤 깊숙한 곳의 세포들을 깨우는 행위들은
작은 낱알과 같이 하찮은 것일지 혹은 가치있는 것일지는
아직 확신이 서지 않는다. 

장발, 긴 머리를 휘날리며
정확한 발음을 한밤중과 같이 새카맣게 하고픈 마음뿐이다. 

이제, 조금은, 조금은 알겠다. 

내 발이 정확하게 1초간 품었던 공이
새로 갈아끼운 그물과 마찰하는,
날카로운 즐거움을 알겠다.  

모두 내 탓이라는
따뜻한 융통도 알겠다.

웃음을 띠는 것이 이렇게 힘들어서야 원, 자신감도 웃음이란 즐거움과 합쳐져야 제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불건전한 기류가 내 머리 위를 지나갔고, 나는 꺼이꺼이 한숨을 버릇처럼 쉰다. 진실로 그것은 굳어버린 습관이었으므로, 나는 택시를 오랜만에 타고자 전봇대 뒤에 서서는 우체통에 편지를,
기어코,기어코 넣고야 말았다.

개인적인 사료를 쓰리라 다짐해 놓고선, 거의 작성하지 못한 날들이 태반이고, 항해일지도 34권인가 35권에서 멈춘지 두 달은 족히 넘은 것 같다. 그동안 별다른 소득은 없었고, 나의 탤런트는 그러니까 아들과 연인의 폴과 같이, 상업성을 띨 수 없는 것들이다. 가령, 정리정돈을 완벽하게 하는 능력이라든가, 암산을 조금 남들보다 잘 하는 능력과 숫자를 외우는 능력- 하나같이 직업에 귀천이 없어야만 하는 세상에서는 조금 우쭐거릴 여지라도 있을까 하는 뭉툭한 몽당연필같은 것들. 나는 며칠전부터 쓸데없는 책 수백권을 모두 버리기로 마음먹었다.

모처럼 햇빛을 받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오랫만에 세상 바닥에 모습을 보인 내 그림자는 반가운 마음에 나보다 먼저 신이 나서 앞서가려는 눈치였다.

영어로 "오전1시 30분"과 대화를 하고,
자료 수십장을 거의 다 내것으로 만들고나서
잠을 자야겠다




고 마음먹었다.








풋풋하다. 누가 말한 대로 이제 곧 잔인한 달이로구나. 비록 나에게는 잔인한 달이 잔인함을 감추고 포근함을 가져다줄 것을 믿고 감사하고 있지만, 나는 그 잔인한 달이 어쩔 때는 모름지기 먼 산을 쳐다볼 때 느껴지는 아련함 같기도 하다. 나는 남들과는 다르게 죽은 자를 매장하지는 않을 것을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현실감이 없는 도시,
겨울 새벽의 갈색 안개 속을
수많은 군중들이 런던교 위로 줄지어 나아갔다,
나는 죽음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망쳤다고는 생각지않았다
이따금 짧은 한숨을 내쉬면서
사람마다 발치만 보면서 갔다.
언덕길을 올라 킹윌리엄  가(街)로 내려서면
성 메어리 올노스 사원의 때를 알리는 종소리가
아홉 점 마지막 둔탁한 소리를 쳤다.
거기서 나는 친구를 만나 걸음을 멈추고 소리를 쳤다.

"스테슨 !"
이 사람 밀라에 해전에서 나와 같이 있었던 친구 !
작년 자네가 뜰에 묻은 시체가
싹이 트기 시작했는가 ? 올해는 꽃이 필까?


이제, 그렇게 영어로의 대화가 끝나고 있을 무렵이고 전하지 못한 말은 전할 말과 전했을 말, 그리고 전해야 할 말을 모두 아우른 채,  안녕! 이제는 안녕! 마주치면 인사를 할 수 있을까. 아냐, 거짓말과 함께 모두 묻어버리자꾸나. 안녕도 그렇지 못함도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