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이야기
책을 읽으면서, 맘에 드는 문장을 적어두거나 타이핑해두는 버릇이 있다. 오늘 짬짬이 짤막한 이야기를 하나 읽었는데, 한 문장 한 문장 타이핑한 것을 다시 읽어보니, 아니 하나의 이야기로 변모한 것이 아닌가. 무언가, 회한적이며 심오하기도 한, 적어도 불순분자인 나에게는 많은 것을 느끼게 해 주는 그런 이야기.
신기하다. 마음과 문장이 실로 기가 막힐 정도로 통한 것일까.
다음 밑줄로 된 단락은 그 타이핑한 것 전부이다.
비보를 접하고, 나는 오랜만에 타이핑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에게 있어 그건 그저 앞으로 걸어야 할 천 걸음 중에서 한 걸음을 내디딘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면 당신이 하는 일에는 도움이 될 거요."
저 별은 이 군중 속에서 나를 찾다가 나를 발견했다는 신호다. 내가 이방인처럼, 외톨이처럼 느껴지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위대한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녀가 남편을 위해 음식을 만들고 보살피고 어루만져주었던 것은 그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제 그를 빼앗아가려는 이 밤을 위해서였다.
"별들을 위해 그렇게 모양을 내는 거예요?"
"아니, 젊어진 기분이 들기 위해서요."
"질투가 나네요"
그 모든 것이 무슨 병에라도 걸린 듯이 어둠 속에서 일어나고 있었어요. 불빛이 환한 도시를 다시 보게 되었을 때는 정말 기뻤어요."
"상상력이 너무 풍부하군. 그만 나가 보게."
때때로 그는 떠오르는 해를 볼 때면 회복기에 들어서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해가 살고 있는 동쪽을 아무리 뚫어져라 쳐다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와 해 사이에는 너무나도 깊은 밤이 가로놓여 있는데......
아! 는 상처를 입은 육체가 내는 소리였다.
여기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하늘에 한가로이 떠 있는 저 달은 얼마나 불공평하고 얼마나 음흉한가!
영원히 살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고 해서 우리가 하는 행동이나 사물마저 갑자기 그 의미를 상실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이 그저 허망하게만 보일 테니까.
야간비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