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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노래

j.s.CHANG 2010. 11. 3. 22:47

25번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다 보면 있는 숲 속의 자그마한 집, 비록 그 집은 3년 동안의 편린만을 허용했던 지극히 임시적 공간이었으나 내가 그 속에서 환골탈태, 더욱이 문재가 없는 내가 조금씩 거듭된 노력이자 갈다듬이로 칭해질 수 있는 어떤 각고의 행위를 경험한 것은 참으로 값진 것이다.

그 때 아주 몹쓸 이기주의에 사로잡히고 말아, 줄줄 잉크가 마를새라, 펜의 움직임을 결코 멈추지 못했던 글 한 편을 적어본다. 이는, 토마스 스티언스 엘리엇의 "The Love Song of J.Alfred Prufrock"의 형태를 살짝 빌린 것으로, 내용이나 수준에 있어서는 그 대작에 감히 비길 바 못 되나, 수 년이 지난 지금 읽어보는 느낌은 가히 새로움을 넘어선 부끄러움이라고 할 만 하다. 아침에 느낀 생각과 저녁에 품은 생각도 천지차이라는데, 하물며 그 때의 그 졸작에 대한 지금의 내 심정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졸습작이 생각난 것은, 그야말로 순수함으로 회귀하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아니면, 불가피하게 부잣집의 대문 앞에 제 아이 버려두고 나왔다가 몇 년만에 훌쩍 큰 모습을 본 어미의 마음이랄까.

일상 노래

그러면 다시 우리 또 갑시다.

-과연 어디로 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당신 우리가 현재 있는 이곳이 지겹지는 않소?

나는 오늘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기도를 하였소

-그저 무탈(無頉)한 하루를 보내게 해 달라고,

나의 무력감은 금세 없어질

공기방울의 작은 입자보다도

더욱 하찮은 것으로 해 달라고,

나는 오늘도 층계를 오르고 있소

저 쪽 창문으로 보이는 파란 하늘은,

안개를 시무룩하게 하는구려.

하늘빛은 이내 미소를 품는구려.

저 쪽은 이내 떨어질 꿈속의 계단,

나는 옴짝달싹할 수 없이

그저 백 겹의 달걀 위에

발끝으로만 서 있소.

해질녘 산등성이 같은 눈썹 길을 걸어보았소?

드문드문 마을에선 밥 짓는 연기가

하늘로 향하고, 줄을 이어

어느 새 바깥공기의 냄새가 물씬 풍겨와,

내 가슴을 자극합니다.

상처는 아직도 아물지 않아, 이제는

피가 나는 것을 그저 당연한 일상인 양

감내하고만 있습니다.

바람은 이내 시무룩해진 내 발끝부터 천천히

그러나 계단 숲은 이윽고 가파르게 되어,

나는 어느 순간에

품 속 난간을 잡지 않으면 안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가슴 속 담아 두었던,

응어리를 한 번

힘 있게, 힘차게 내질러 봅니다.

어떤 시간은 제법 보석같이 담대한 구석이 있어,

힘줄같은 소리는 조금씩

황야의 무법자로 변모하고 맙니다.

나는 내 작은 공간에 갇혀 있었던, 작고 연약한

요정을 기억합니다. 요정은 항상 내가 심심하지 않게,

말을 걸어오곤 했었죠.

-울타리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과연 내가 존재하는 내 눈동자는

나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을까.

-과연 그럴 거야.

열애 같은 기적,

그러니까 하얀 뭉게구름을

언젠가는 탈 수 있을 거야.

하늘을 날아본 적 있니

- 아니

- 그렇다면, 조만간 하늘을 날게 해 줄게.

- 어떻게?

- 그건 비밀이야.

나는 이내 그 요정을 재촉합니다. 조금은

가혹하게

어김없이 들려오는 편린 속 피아노

소리가 끊이지 않는 것처럼.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나의 소리는 가히 적막을 깹니다.

엄청나게, 일정한 간격으로

그러나 진폭의 변화는 있어

어떤 때는 크레센도(Cresendo)

어떤 때는 데크레센도(Decresendo)

바다의 눈물과 울음은,

이럴 때 연상(聯想)이 되고 말아서,

나는 우수에 잠긴 채 잠을 청하고는 합니다.

다시금 아침이 되면,

이내 외출을 청하는 어린 아이가 되어,

졸린 눈을 비비고,

문을 잠근 채 밖으로 나가곤 하죠.

과연 내일도 그럴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