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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j.s.CHANG 2010. 11. 16. 21:18

할머님의 건강이 어제보다는 많이 나아졌다고 했다. 감사했다.





긴긴 밤, 집에 홀로 있는 것이 싫어, 춥더라도 밖에 나가려고 한다. 그렇다고 거창한 건 아니고, 빵집에 가서 빵을 좀 산다든지, 책방에 가서 책 한 권을 공짜로 읽어본다던지, 서서 만두튀김을 먹는다든지, 그렇게.
 
시나브로 사람들과 더부는 나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해 보고 격려하기 위함이다.






내가 한나절 머물러 있는 곳 바로 앞에, 도서관이 있다. 나는 이곳에 거의 매일 들르곤 한다. 다섯시 경에 퇴근이 가능하므로 다섯시 정도 업무를 부영부영 끝내고 난 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달리면, 도서관엔 한 다섯시 오분 쯤 도착하게 된다. 심신이 조금 고단하기는 하지만, 두어시간 책을 읽을 수 있는 것, 가방을 아예 가져가지 않아도 공부도 할 수 있는 것이 상당한 매력이다. 몇 개 맘에 드는 책을 꺼내고는 쇼파에 앉아 책을 읽다가 그리고 조금 나른해져, 더 이상 책의 활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으면 집으로 향할 마음을 먹고 이내 실행에 옮기게 된다. 보던 책은 지금까지 읽은 부분에 나만의 책갈피를 끼워넣어 표시해 두고, 본래의 서가에 꽂아 둔다. 그리고 정수기에서 물 한 잔을 천천히 마신 후, 도서관 문을 나선다. 도서관에서 집까지 가는 거리는 도보로 고작 20분이 걸리므로, TOEFL 리스닝 파일을 무작위로 재생시킨 엠피쓰리 이어폰을 귀에 꽂고선 쫄래쫄래 걸어가면 된다. 요즘 부쩍 날씨가 추워진 탓에 걸어가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이런 식으로 하루를 보내는 건 어쩌면 내 인생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귀한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의 잠재력 - 아무도 모르는 나의 내면의 힘 말이다. - 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 어쨌든 몸이 으슬으슬 춥다. 내일부터는 버스를 타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도서관 푹신한 쇼파에 앉아 나는 어제 표시해 둔 부분부터 책,"한나 아렌트 전기"를 마저 읽었고, "신영복 함께 읽기"도 조금 보았다. 정제원 씨의 "교양인의 행복한 책읽기"(난 원래 이 책의 제목이 독서의 즐거움인 줄 알고 있었다. 이 책의 표지를 보면 누구나 그렇게 인식할 지도 모르겠다. 어쨌든)같은 책은 어쩌면 내가 따라가야 할 비전 같은 것을 제시해 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서평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려고 마음은 먹고 있는데, 워낙 많은(아주 쓸데없는 것 투성이인) 개인적 업무에 치여 시작도 못했다. 더 부지런하게 움직여서 서평을 마무리해야겠다.